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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섹스 후 비밀을 털어놓게 될까?

왜 섹스 후 비밀을 털어놓게 될까?

섹스 후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이유, 과학이 밝혀낸 필로우 토크의 비밀. 오르가슴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 알아봅니다.

섹스 끝나고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졌다. “사실 나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 왜 그 순간에? 206명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답을 찾았다. 오르가슴이 뇌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경계가 풀린 밤

이불 속이 따뜻했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조명은 꺼져 있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방을 비췄다.

그때 말이 튀어나왔다.

“나 사실, 첫사랑한테 차였을 때 3일 동안 밥을 못 먹었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이 상황과 전혀 관련 없는, 10년 전 이야기를. 그녀가 돌아왔을 때 나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일, 대학 때 실패한 연애, 어렸을 때 부모님 싸움을 들었던 밤까지.

그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이상했다. 평소에는 입도 안 떼던 이야기들이, 섹스가 끝나면 줄줄이 흘러나왔다. 마치 밸브가 풀린 것처럼. 그래서 궁금했다. 왜 하필 이 순간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 🤔

필로우 토크란

필로우 토크(pillow talk). 섹스 후 침대에서 나누는 대화를 말한다. 단순한 잡담이 아니다. 평소에는 꺼내지 못했던 감정, 비밀, 과거 이야기가 쏟아지는 시간이다.

연구자들은 이 시간을 PSTI(Post-Sex Time Interval), 섹스 후 시간 구간이라고 부른다. 파트너가 떠나거나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 이 시간이 왜 중요할까?

할펀과 셔먼(Halpern & Sherman, 1979)은 이렇게 말했다. “애프터플레이는 전희, 오르가슴, 섹스 자체보다 성적 만족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30년 넘게 된 연구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섹스가 끝난 후의 시간이, 섹스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오르가슴이 뇌를 바꾼다

왜 섹스 후에 말이 많아질까? 답은 뇌에 있었다.

데네스(Denes, 2018)는 206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질문은 간단했다. “방금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느꼈습니까?” 그리고 “파트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결과는 명확했다.

전체 참가자 중 64%가 오르가슴을 경험했다. 남성은 88%, 여성은 56%였다. 그리고 오르가슴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공개의 이점을 더 크게 인식했다(β = .15, p < .05).

쉽게 말하면, 오르가슴을 느낀 사람들은 “지금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다”고 더 많이 느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옥시토신 때문이다. 오르가슴을 느끼면 뇌에서 옥시토신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라고도 불리지만, 더 정확한 역할은 공포 감소와 신뢰 증가다.

키르쉬(Kirsch et al., 2005)의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뇌의 공포 회로를 억제한다. 평소 같으면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볼까?” 하고 멈췄을 생각이, 오르가슴 후에는 사라진다. 대신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라는 감각이 들어온다.

오르가슴과 자기공개

오르가슴 경험

75%

오르가슴 미경험

35%
Denes (2018), n=206

그래서 그때 “나 사실…” 하고 말한 거구나.

프롤락틴의 60분

오르가슴이 끝나면 또 다른 호르몬이 등장한다. 프롤락틴이다.

크뤼거(Krüger, 2002)의 연구에 따르면, 프롤락틴은 오르가슴 직후 급격히 상승한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 상승이 60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대목이다. 성적 흥분만 있고 오르가슴이 없으면, 프롤락틴은 변화가 없다. 오직 오르가슴이 있어야 프롤락틴이 분비된다. 크뤼거는 이를 “성적 욕구의 피드백 제어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프롤락틴이 분비되면서 성적 욕구가 잠시 가라앉고, 다른 감정과 생각이 올라올 수 있게 된다.

이 60분. 나른하고, 경계가 풀리고, 평소와 다른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섹스의 긴장이 풀린 직후,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의 시간. 몸은 이완되어 있고, 뇌는 평소와 다른 모드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말이 새어나간다. 평소에는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위험-이익 계산의 왜곡

우리는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계산한다. “이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거부당할 위험, 이상하게 보일 위험, 관계가 불편해질 위험. 이 위험이 이익보다 크면, 우리는 입을 다문다.

하지만 섹스 후에는 이 계산이 달라진다.

데네스(Denes, 2018)의 연구는 섹스 후 자기공개의 경로를 분석했다. 핵심은 이렇다.

경로 효과
오르가슴 → 위험-이익 평가 β = .15
위험-이익 평가 → 긍정적 자기공개 β = .34
위험-이익 평가 → 관계 만족도 β = .56

오르가슴을 경험하면 위험-이익 계산이 왜곡된다. 위험은 작게, 이익은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왜곡된 계산이 자기공개로 이어지고, 자기공개는 관계 만족도와 연결된다.

흥미로운 건, 실제로 말한 내용보다 “말해도 괜찮다고 느낀 것” 자체가 관계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위험-이익 평가와 관계 만족도의 연관성(β = .56)이, 자기공개와 관계 만족도의 연관성보다 훨씬 강했다.

“말해도 괜찮겠지”라는 착각. 하지만 그 착각이 관계를 깊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섹스 후 고백은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

뇌가 “지금이야”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옥시토신이 공포를 낮추고, 프롤락틴이 경계를 풀고, 위험-이익 계산이 왜곡되는 60분.

물론 후회할 때도 있다. 🥲 다음 날 아침,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은 순간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고백들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어줬다. 판단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그냥 들어줬다. 그리고 나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섹스가 끝난 후, 경계가 풀린 시간 속에서.

평소엔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그게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든다.

다음엔… 뭘 말하게 될까. 😌

FAQ

Q1. 필로우 토크가 뭔가요?

섹스 후 침대에서 나누는 대화를 말합니다.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현상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시간을 PSTI(Post-Sex Time Interval)라고 부릅니다.

Q2. 왜 섹스 후에 비밀을 말하게 되나요?

오르가슴 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뇌의 공포 회로를 억제하고 신뢰 인식을 높입니다. 데네스(Denes, 2018) 연구에 따르면, 오르가슴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기공개의 위험보다 이점을 더 크게 인식하여,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Q3. 남녀 차이가 있나요?

연구에서 남성의 88%, 여성의 56%가 오르가슴을 경험했습니다. 오르가슴 경험 여부가 자기공개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 차이가 필로우 토크 패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성별 모델 분석 결과, 위험-이익 평가와 관계 만족도의 연관성은 남녀 모두에게 유의미했습니다. —

  • Denes, A. (2018). Toward a Post-Sex Disclosures Model: Exploring the Associations Among Orgasm, Self-Disclosure,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Communication Research. DOI: 10.1177/0093650215619216
  • Krüger, T. H. C., et al. (2002). Orgasm-induced prolactin secretion: feedback control of sexual drive?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26(1), 31-44. DOI: 10.1016/S0149-7634(01)00036-700036-7)
  • Kirsch, P., et al. (2005). Oxytocin modulates neural circuitry for social cognition and fear in humans. Journal of Neuroscience, 25, 11489-11493. DOI: 10.1523/JNEUROSCI.3984-05.2005
  • Halpern, J., & Sherman, S. (1979). Afterplay: A key to intimacy. New York: Stein & Day.
찰수
찰수

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에디터입니다. 밤이면 살짝 감성적으로 변해버립니다. 현재 뉴스레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드나잇 슈가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뉴스레터 전용 웹소설 《같은 밤을 보냈지만》 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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