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었다.
“느꼈어? 오르가즘…?”
그녀가 되물었다.
“그런데, 오르가슴이 맞아? 오르가즘이 맞아?”
나는 잠시 멈칫했다. 말을 돌리는 그녀가 어쩌면 오르가슴을 못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갑자기 찾아온 궁금증 때문이었다.
표준어는 ‘슴’이었고, 입에 붙는 건 ‘즘’이었다. 나도 평소엔 ‘오르가즘’이라고 말하면서, 글 쓸 땐 꼭 ‘오르가슴’으로 적는다.
표준 표기는 ‘오르가슴’이다
국립국어원은 orgasm(e)의 한글 표기를 오르가슴으로 정해두고 있다.
원어는 ‘orgasme’로 끝이 ‘e’로 끝나는 프랑스어 철자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orgasm’이 원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어 철자형에서 유래한 표기다.
프랑스어라서 ‘즘’이 ‘슴’이 된건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상, 국제 음성 기호 ‘s’는 보통 ‘ㅅ’으로 적는다. 그래서 프랑스어든 영어든 ‘s’ 발음은 ‘ㅅ’으로 표기된다.
그런데 왜 다들 ‘오르가즘’이라고 할까?
아마, 발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어 ‘orgasm’은 /ˈɔːrɡæzəm/ 으로, 끝소리가 명확히 ‘-즘’에 가깝다.
게다가 일본어 표기인 「オルガズム」(오루가즈무)이 한국 매체나 번역물을 통해 자주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르가즘’이라는 발음이 더 익숙해졌을 수도…
인터넷 검색량이나 구어체 사용량은 오히려 ‘오르가즘’ 쪽이 압도적으로 많긴하다. 그렇게 입에 익은 단어가, 정작 글로 쓸 땐 낯설어지는 아이러니.
나는 오르가’즘’이 더 섹시한데…
‘짜장면’도 한때 표준어가 아니었다. ‘자장면’이었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다 보니, 결국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다.
‘오르가슴’도 언젠가, ‘오르가즘’이 되는 날이 올까?
오르가슴, 오르가즘 하다보니 입 밖으로 꺼내기 조금 민망한…그렇지만 너무 섹시한…그렇지만 논란이 될 만한…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웅성대고 있지만…그건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여기서 글을 정리하겠다는…(핑계)
-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4호(2017.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