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신음이 연기인지 진심인지 궁금했다. 66%의 여성이 소리로 남자를 조종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내 자존심이 세련되게 박살났다.
0. 프롤로그 – 그녀의 소리가 연기인지 진심인지
그녀가 처음 소리를 냈을 때, 나는 확신했다. 내가 뭔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낮은 신음이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온, 억누르려다 실패한 듯한 소리. 나는 그 소리에 힘을 얻어 더 열심히 움직였다. 리듬을 맞추고, 각도를 조절하고, 속도를 높였다. 그녀의 신음이 점점 커졌다. 아, 나는 천재인가 보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잠깐 멈췄을 때도, 그녀의 신음은 계속됐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데.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아… 좋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물론 아무 말도 안 했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 의문은 머릿속에 남았다. 자위하면서도, 샤워하면서도, 회사에서 회의하면서도 그 생각이 떠올랐다. (회의 중에 떠올랐을 때가 제일 곤란했다.)
그녀의 신음은 진짜였을까? 아니면 연기였을까?
그리고 더 불편한 질문. 만약 연기였다면, 왜?
나는 결국 논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신음에 관한 연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있었다. 꽤 많이. 그리고 그 결과는 내 자존심을 아주 세련되게 박살 냈다.
1. “66%의 여성은 소리로 남자를 조종한다” – 충격의 영국 연구 📊
2011년, 영국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됐다.
센트럴 랭커셔 대학교의 Gayle Brewer와 리즈 대학교의 Colin Hendrie가 71명의 이성애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평균 나이 21.68세. 성적으로 활발한 젊은 여성들이었다.
연구 제목은 직설적이었다. “Evidence to Suggest that Copulatory Vocalizations in Women Are Not a Reflexive Consequence of Orgasm.” 번역하자면, “여성의 성교 중 발성은 오르가즘의 반사적 결과가 아니라는 증거.”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나는 멍했다. 뭐라고?
연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여성들에게 언제 가장 많이 신음을 내는지 물었다. 예상대로라면, 오르가즘을 느낄 때라고 대답해야 한다. 쾌감이 절정에 달할 때, 참을 수 없어서 소리가 나오는 거라고. 그게 상식 아닌가?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여성들의 오르가즘은 클리토리스 자극, 파트너의 손 자극, 오럴 섹스에서 가장 자주 발생했다. 삽입 성교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런데 신음은?
신음은 남성의 사정 직전과 사정 순간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여성의 오르가즘과 여성의 신음이 일치하지 않는다. 자기가 절정에 도달할 때가 아니라, 파트너가 절정에 도달할 때 소리를 낸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더 놀라운 숫자가 있었다. 약 80%의 여성이 자신이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신음을 낸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66%의 여성은 불편함, 통증, 지루함,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남성의 사정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신음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여성 신음의 진짜 이유
오르가즘 없이도 신음
사정 타이밍 조절용
나는 이 숫자 앞에서 한참을 멈춰야 했다.
66%.
세 명 중 두 명.
그녀들의 신음은 쾌감의 표현이 아니라, 파트너 관리 도구였다. 나는 그녀의 신음에 감동받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리모컨으로 조종하고 있었던 거다.
2. 신음의 숨은 기능 – “이제 그만 해줘”를 말하는 우아한 방법 🎮
Brewer와 Hendrie의 연구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여성의 신음이 오르가즘과 분리되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소리인가?
연구자들은 두 가지 주요 기능을 제안했다.
첫째, 남성의 사정 타이밍 조절.
섹스가 너무 길어지면 여성에게 불편함이 생긴다. 질 건조, 피로, 통증. 또는 단순히 시간이 없다. 내일 아침에 회의가 있다. 그런데 남자는 아직 멀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할까?
“그만해”라고 말하면 상처받는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관계가 어색해진다.
그래서 신음을 낸다.
남자는 여자가 소리를 내면 흥분한다.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한다. 그리고 더 빨리 사정한다. 참 간단한 공학이다.
이건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 남성에게 사정을 유도하면 정자 전달이 확보된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임신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불필요하게 긴 성교를 피할 수 있다. 윈윈이다. 생물학적으로.
둘째, 남성의 자기효능감 증가.
신음은 피드백이다. “너 잘하고 있어”라는 신호. 남자들은 이 피드백에 굉장히 민감하다. 신음이 클수록, 자주 나올수록, 자기가 대단한 섹스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솔직히 좀 단순하다.)
이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남성의 자존감이 올라가면 파트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시간, 에너지, 감정적 헌신.
결국 신음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이제 끝내줘”와 “넌 대단해”를 동시에 전달하는, 아주 효율적인 비언어적 신호. 말로 하면 30초 걸릴 대화를 “아…”로 해결하는 언어의 경제학.
나는 이 분석을 읽으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 그렇구나 싶었다. 진화적으로 합리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니, 꽤 세련된 전략 아닌가.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녀가 소리를 낼 때마다 나는 뿌듯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그녀가 좋아하는구나. 그 착각 속에서 행복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일 수도 있다니.
물론 모든 신음이 연기라는 건 아니다. 연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일부는 의식적 선택이었다. 쾌감과 무관하게,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낸 소리.
나는 그날 밤, 자위를 하다가 멈췄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소리를 내나? 혼자일 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조용히 손만 움직이고, 숨만 거칠어지고, 끝났다.
신음은 누군가를 위한 소리구나.
혼자일 때는 필요 없는.
3. 10년 후, 403명이 더 말해준 것들 – 38%는 가짜, 62%는 진짜 🔬
Brewer와 Hendrie의 연구가 충격을 줬다면, 10년 후 슬로바키아에서 발표된 연구는 그 퍼즐의 조각을 더 채워넣었다.
2021년, 코메니우스 대학교의 Pavol Prokop는 403명의 이성애 여성을 대상으로 더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제목은 “Factors Influencing Sexual Vocalization in Human Females.” 여성의 성적 발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이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신음의 종류. 가장 흔한 성적 발성은 신음(moaning)과 끙끙거림(groaning)이었다. 그 다음이 비명(screams)과 지시적 명령어(“거기… 더…”)였다. 그 뒤를 끼익 소리(squeals)와 단어들이 이었다.
신음은 언제 가장 많이 발생할까?
삽입 성교 중이었다. 전희나 후희보다 삽입 중에 신음 빈도가 높았다. 이건 신음이 “신호” 기능을 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삽입은 남성의 사정과 직접 연결되는 행위다. 그때 신음을 내면 남성의 흥분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더 복잡한 발견도 있었다.
신음의 빈도와 강도는 성적 흥분 수준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많이 흥분할수록 더 자주, 더 크게 신음을 낸다. 이건 신음이 순전히 연기가 아니라는 증거다. 쾌감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사회성적 지향성(sociosexuality)과도 관련이 있었다. 성적으로 더 개방적인 여성들이 더 자주, 더 강하게 신음을 내는 경향이 있었다.
재미있는 건 다른 변수들과의 관계였다.
파트너의 만족도, 신체적 매력, 야망, 지배성과 신음 빈도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이 없었다. 자기 자신의 매력에 대한 인식과도 관계가 없었다. 심지어 오르가즘 발생 여부와도 직접적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건 뭘 의미할까?
신음은 단순한 쾌감의 표현도 아니고, 단순한 연기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마치 나처럼. 찐과 허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나처럼.
Prokop의 연구에서 주목할 또 다른 결과는 가짜 신음에 관한 것이었다. 약 38%의 여성이 가짜 신음을 낸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가짜 신음은 가짜 오르가즘과 배타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진짜 신음 vs 가짜 신음 비율
진짜 신음
62%
가짜 신음
38%
가짜 신음을 내는 여성은 가짜 오르가즘도 연기한다.
진짜 신음을 내는 여성은 진짜 오르가즘을 느낀다.
둘이 꽤 정직하게 구분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문제는 하나로 좁혀진다.
내 옆에 누운 그녀는, 38%에 속했을까 62%에 속했을까?
4. 그래서 연기야 진심이야? – 둘 다일 수 있다는 어른의 답 💭
여기까지 읽으면, 여성의 신음은 뭔가 계산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마치 섹스 중에도 전략을 짜고, 상대방을 조종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건 오해다.
두 가지 기능은 공존한다.
신음에는 자동적인 부분이 있다. 쾌감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소리가 나온다. 이를 악물어도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신음. 숨이 터져나오면서 동반되는 탄성. 이건 진짜다. 몸의 반응이다. 쾌감이 극대화되는 순간의 메커니즘과 연결된다.
동시에 의식적인 부분도 있다.
신음의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 크기를 키울 수 있다. 특정 순간에 더 강조할 수 있다. 이건 커뮤니케이션이다. 파트너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섹스는 언어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이니까.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Prokop(2021)의 연구에서, 성적으로 더 개방적인(sociosexuality가 높은) 여성들이 더 자주, 더 강하게 신음을 내는 경향이 발견됐다. 신음의 빈도와 강도는 성적 흥분 수준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오르가즘 발생 여부와 신음 빈도 사이에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었다.
신음은 오르가즘과 분리되어 있다.
이건 생물학적 차이일 수도 있고, 사회적 학습일 수도 있다. 포르노에서 여성은 항상 소리를 낸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쾌감은 소리로 표현된다. 어쩌면 여성들은 “소리를 내야 한다”고 학습했을 수도 있다. 포르노가 섹스 교과서가 된 세대의 비극이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여성의 신음은 “좋아함의 소리”(sounds of liking)라는 것이다. 교미 특정 신호(copulatory signal)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긍정적 감정의 표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음~”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해석이 마음에 든다.
신음은 거짓말이 아니다. “좋다”는 감정의 표현이다. 다만 그 “좋음”이 반드시 오르가즘일 필요는 없다. 친밀감이 좋을 수도 있고, 파트너의 열정이 좋을 수도 있고, 이 상황 자체가 좋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생각에 위안을 얻었다.
그녀의 신음이 오르가즘이 아니었다 해도, 그녀가 그 순간을 싫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거다.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거다.
“나 여기 있어.”
“너와 함께하고 있어.”
“계속해.”
어쩌면 그게 신음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
5. 에필로그 – 진위 따지기보다 고마워해야 할 그 소리들 ✨
나는 이제 그녀의 신음을 다르게 듣는다.
예전에는 성적표처럼 들었다. A+를 받으면 기뻤고, C를 받으면 좌절했다. 그녀가 크게 소리 내면 내가 잘한 거고, 조용하면 내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그건 대화였다.
“거기 좋아”는 정보였고, “더 빨리”는 요청이었고, “아…”는 존재의 확인이었다. 그녀는 소리를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오르가즘이든 아니든, 연기든 진심이든, 그건 둘만의 언어였다.
물론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있다.
“내가 정말 그녀를 만족시켰을까?”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모를 거다. 섹스의 진실은 당사자들조차 완전히 알 수 없으니까. 뇌는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그녀가 소리를 냈다는 건, 침묵하지 않았다는 거다.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고 있었다는 거다.
Brewer와 Hendrie의 연구에서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신음은 파트너의 행동을 조절하고, 사정 타이밍에 영향을 미치며, 불편하거나 지루하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 성교를 끝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차갑게 들리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그녀는 불편했을 때 참지 않았다. 그녀는 지루했을 때 견디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방식으로 상황을 통제했다.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그게 오히려 멋지지 않은가?
나는 오늘 밤도 누군가의 신음을 듣게 될지 모른다.
그때 나는 묻지 않을 거다. “진짜야? 연기야?”
대신 이렇게 생각할 거다.
“고마워, 말 걸어줘서.”
그리고 나도 소리 좀 내봐야겠다. 혼자가 아니니까.
FAQ
Q. 여성의 신음은 오르가즘과 관련이 없나요?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오르가즘 시 신음이 더 길어지고, 커지고, 높은 음조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Brewer & Hendrie(2011)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신음은 자신의 오르가즘보다 파트너의 사정 시점과 더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약 80%의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신음을 낸다고 응답했습니다.
Q. 신음을 내지 않는 여성은 쾌감을 못 느끼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음은 쾌감의 필수 표현이 아닙니다. 혼자 자위할 때는 대부분 조용합니다. 신음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있어서, 파트너가 있을 때 더 많이 발생합니다. Prokop(2021)의 연구에서도 신음 빈도와 오르가즘 발생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Q. 파트너의 신음이 진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Prokop(2021)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 신음을 내는 여성(약 38%)은 가짜 오르가즘도 연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음의 진위보다 전반적인 소통입니다. 파트너가 편안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의 선호를 확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 Brewer, G., & Hendrie, C. A. (2011). Evidence to Suggest that Copulatory Vocalizations in Women Are Not a Reflexive Consequence of Orgasm.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0(3), 559-564. DOI: 10.1007/s10508-010-9632-1
- Prokop, P. (2021). Factors Influencing Sexual Vocalization in Human Female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50(8), 3809-3820. DOI: 10.1007/s10508-021-020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