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같이 자위만 해볼래?”
나는 이제 그녀가 어떻게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어떻게 천천히 리듬을 바꾸고, 정말 느낄 때 어떤 신음을 내는지 안다. 그녀도 내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조금은 알게 됐을 것이다.
당신과 내가 함께 했던 자위
왜 우리는 아직도 섹스를 “삽입” 중심으로 정의할까? 사정이 없으면 미완성이고, 오르가슴이 없으면 실패라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임신을 계획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밤은 희열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손이나 도구, 시선과 말로도 충분히 섹스를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나도 그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삽입이 빠지면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손으로 하는 건 예비 행위 정도라고만 여겼다.
그러다 그녀가 말했다.
“같이 자위만 해볼래?”
그녀는 성에 대해 열려 있었고, 솔직했다. 한밤의 대화 끝에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나는 당황했고, 동시에 궁금했다.
그날 밤, 우리는 나란히 누워 각자 자기 성기를 어루만지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내 성기로 옮겨갔고, 내 손도 그녀의 몸을 천천히 더듬었다. 삽입은 없었고, (나는) 오르가슴도 없었다.
낯설었고, 사실 웃겼다.
따로, 또 같이 섹스
2023년, 인디애나 대학교와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팀은 상호 자위가 연인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는 상호 자위가 단순한 성행위 보조 수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2주 이내 상호 자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적 만족이 모두 더 높았다. 상호 자위는 관계 친밀감과 성적 유대감을 높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상호 자위에 대한 인식보다 실제 경험 후의 감정이 더 긍정적으로 보고되었다.
이건 곧, 해보면 생각보다 좋다는 뜻이다.
성적 만족이나 관계 만족은 올라갔지만, ‘내가 얼마나 잘했나’라는 성적 자존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평가보다는 기억, 성과보다는 감정.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든 장면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커플 자위 경험자의 만족도 변화
항목 | 변화 경향 |
---|---|
성적 만족도 | 증가함 ✅ |
관계 만족도 | 증가함 ✅ |
성적 자존감 | 큰 변화 없음 ➖ |
경험 후 감정 | 더 긍정적으로 인식됨 😊 |
오르가슴 없어도 괜찮았던 밤
그 밤, 그녀는 오르가슴을 느꼈고, 나는 느끼지 않았다.
사정하거나, 서로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없었던 성관계.
이 모든 걸 섹스라고 불러도 된다면, 그건 꽤 괜찮은 섹스였다.
서로의 손에 집중했고, 서로의 반응에 더 집중했고, 서로가 즐기는 방식을 배웠다.
나는 이제 그녀가 어떻게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어떻게 천천히 리듬을 바꾸고, 정말 느낄 때 어떤 신음을 내는지 안다. 그녀도 내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조금은 알게 됐을 것이다.
다음엔, 우리는 서로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날의 어설픈 손놀림과 어색한 웃음이, 매번 똑같이 일어나는 평범한 오르가슴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 The Role of Mutual Masturbation within Relationships: Associations with Sexual Satisfaction and Sexual Self-Esteem. International Journal of Sexual Health, 35(4), 495-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