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엔 일주일에 두 번이나 틴더로 만난 사람과 섹스를 했다. 한 명은 커피를 마시다 갑자기 내 손을 잡았고, 또 한 명은 처음부터 나를 벗길 준비가 된 사람 같았다.
침대 안에서 그들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솔직했고, 적극적이었고, 땀 냄새도 좋았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었다. 툭, 하고 앱 하나를 눌렀다. 틴더.
예전의 나는 이런 식의 만남에 관심이 없었다. 한밤중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니, 비현실적이고 귀찮아 보였고, 섹스를 한다 해도 특별할 것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앱을 매일 켜고 있다.
누가 있을까? 누가 지금 외로울까?
도파민은 현실보다 기대에 반응한다
도파민은 성적 자극을 줄 때만 분비되는 게 아니다.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한다.
매칭이 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대화를 시작하고, 답장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나는 몇 번이고 자위를 했다. 답장은 대체로 느리게 오기 때문에, 자위할 시간은 충분했다.
약속을 정하고 나면, 뇌는 더 분주해진다. 어디로 갈까, 어떤 옷을 입을까, 몇 시쯤 도착할까. 나는 이미 그녀를 만난 것처럼 흥분해 있다.
섹스보다, 그 직전이 더 자극적이다.
그러니까 나는 욕망이 미뤄지는 구조를 즐기고 있었던 셈이다. 다행이다. 매칭과 대화 연결은, 남자들에겐 생각보다 길고 긴 여정이니까.
감정 없는 섹스?
얼마전엔 일주일에 두 번이나 틴더로 만난 사람과 섹스를 했다. 한 명은 커피를 마시다 갑자기 내 손을 잡았고, 또 한 명은 처음부터 나를 벗길 준비가 된 사람 같았다.
침대 안에서 그들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솔직했고, 적극적이었고, 땀 냄새도 좋았다.
그중 한 사람과는 두 번 잤고, 한 사람과는 밥도 같이 먹었다. 하지만 끝은 늘 비슷했다. 서로를 안은 채 잠시 머물다, 샤워를 했고, 휴대폰을 확인했고, 다시 어플을 켰다.
문제는, 그런 만남이 계속되면 내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도, 리듬도, 침대에서의 표정도 흐릿하다.
오르가즘 후 뇌는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애착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관여하고 기본적으로는 ‘이 사람과 다시 연결되고 싶다’는 느낌을 유도한다.
하지만 그 연결은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옥시토신의 효과는, 관계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연구 1: Murphy et al. (1987)
남성이 오르가슴을 경험한 직후 옥시토신 농도의 변화를 측정한 실험.
결과는 분명했다. 오르가슴 직후 급격히 상승한 옥시토신 수치는 평균 30분 이내에 빠르게 감소했다.
자극은 뇌를 빠르게 흥분시키지만, 감정적 유대가 없다면 그 효과는 오래 남지 않는다.
연구 2: Schneider et al. (2023)
반복적인 애정 표현과 정서적 접촉이 옥시토신 유지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
장기 연인 간 일상적 스킨십이 옥시토신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고, 스트레스 지표도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두 연구는 감정 없는 섹스가 왜 공허한지를 설명해준다. 뇌는 연결된 것처럼 반응하지만, 실제로는 기억도 기대도 남기지 못한다. 그 연결은 호르몬이 만든 착시였을 뿐…
예전의 나는 이런 만남이 어색했다. 의미 없는 대화, 목적 있는 만남, 감정 없는 접촉.
지금의 나는 어플을 지우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림이 울리지 않아도 손이 먼저 켠다.
누가 있나…누가 외롭나…
그건 감정도, 관계도 아닌, 습관화된 흥분 반응같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내 뇌는 이제 사랑보다 넘어가는 카드에 먼저 반응한다.
그리고 그걸 멈출 생각은… 아직 없다.
- Murphy et al. (1987), Changes in oxytocin and vasopressin secretion during sexual activity in men
- Schneider et al. (2023), Affectionate touch and diurnal oxytocin levels: An ecological momentary assessment 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