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다음 날 아침, 요란하게 발기했다.
사랑이 사라지자 도파민은 자극을, 테스토스테론은 싸움을 준비했다.
성욕이 폭주하는 건, 뇌가 회복을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별 후 성욕이 폭주하는 건 이상한가요?
이별한 그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미 발기된 상태였다.
그녀와의 마지막 섹스는 기억도 안 났고,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슬픔은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몸은… 기세 좋게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나는 내 성기가 나보다 빨리 이별을 회복한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아주 강렬한 자위를 했다.
끝나고 나서 눈물이 났다.
이별 후 성욕이 올라오는 건 흔한 일인가요?
검색을 해봤다.
“이별 후 성욕”, “이별하고 계속 자위”, “헤어지고 흥분”…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다행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성격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역시나, 뇌의 작동 방식 때문이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파민은 폭주한다
급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보상 회로, 특히 측좌핵에서 도파민 분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전기 자극, 사회적 패배, 구속 스트레스 같은 상황에 노출된 동물의 경우, 일정 시간 뒤 도파민 수치가 평균적으로 125~150% 정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도파민 방출량과 반응 지속 시간에는 개인차가 있다. 코르티코스테론 수치, 성격, 과거 경험,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쨌거나 스트레스는 도파민 회로를 과민하게 만든다.
울면서 아이스크림 통째로 퍼먹는 헐리우드 클리셰가 떠올랐다.
내 몸은 아이스크림 대신 발기를 선택했다.
욕망은 이별보다 빠르다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몸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뇌는 이미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03년, 하버드의 Burnham 박사는 남성 122명의 침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했다. 그들은 연애 중이거나 싱글이었고, 연구진은 ‘헌신적 관계’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헌신적인 관계에 있는 남성들은 싱글보다 평균 21% 정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다.
법적인 혼인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핵심은 감정적 헌신이 있었느냐였다. 진심이 있으면, 뇌는 잠시 욕망의 장치를 끈다. 반대로 말하면, 이별은 다시 그 장치를 켜는 신호일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은 직접적으로 성기능을 좌우하진 않지만, 욕망의 점화 장치 같은 역할은 한다. 수치가 낮아지면, 성욕도 미묘하게 줄어든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잊고 살았던 그 21%의 테스토스테론 러시를 경험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독한 자위를 했으니까… 그것도 두 번.
몸이 감정보다 먼저 회복하는 중…
그녀가 사라지고 나자 내 안의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어플을 다시 깔았고, 야동 리스트를 새로 정리했고, ‘혼자 자위하면서 듣기 좋은 재즈’까지 검색했다.
…
주말엔 어플로 만난 누군가를 보기로 했다. 후기는… 다음 에세이에 남길지도 모름. 👻
- Baik, J. H. (2020), Stress and the dopaminergic reward system
- Burnham et al. (2003), Men in committed, romantic relationships have lower testoste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