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위, 다른 결과.
여성에게는 만족을 높였고, 남성에게는 만족을 깎았다.
자위가 주는 효과는, 성별과 관계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몇 달간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요즘엔 섹스도 뜸하고 자위도 줄었는데, 며칠 전부터 다시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마 날씨 때문일지도. 습하고 흐린 날, 창문을 닫아둔 채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 보면, 갑자기 아랫도리가 간간질하기 시작한다.
연달아 몇 번이고, 빠르게, 거칠게. 마치 밀린 잠을 자듯 자위를 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몰아친 후, 섹스는 과연 괜찮을까?
2022년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는, 12,000명이 넘는 핀란드 성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위 빈도와 성기능, 그리고 파트너 유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남성💁♂️ – 자위를 많이 할수록 섹스 만족도는 떨어졌다
이 연구는 남성에게 꽤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자위 빈도가 높을수록 성생활 만족도는 낮아졌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데도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특히 파트너가 있는 남성일수록, 이 경향은 더 뚜렷했다.
- 파트너가 있는 남성 : 자위를 자주 하는 남성일수록 성관계에서 오르가슴 기능이 떨어졌고, 성교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사정까지 오래 걸리는 ‘지연 사정’ 증상 역시 더 많았다.
- 파트너가 없는 남성 : 흥미롭게도, 이 경우엔 자위가 발기 기능을 오히려 개선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적 만족도나 사정 기능과는 뚜렷한 관련은 없었다.
나처럼 요즘 파트너 없이 지내는 사람이라면, 자위를 많이 하면 발기 기능이 좋아진다고? 그나마 위안은 된다. 근데 발기 기능이 좋아져서… 어디다 쓰지?
여성💁♀️ – 자위가 섹스에 도움이 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오히려 자주 할수록 오르가슴 기능이 좋아지고, 성적 만족도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 파트너가 없는 여성 : 자위 빈도가 높을수록 오르가슴 기능과 성적 만족도가 더 높았다. 자신의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쾌감의 언어를 익히는 데 자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 파트너가 있는 여성 :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자위를 자주 할수록 오르가슴 기능과 성적 만족도가 낮았다. 연구에서는 이를 ‘보상 모델’이라 해석했다. 파트너와의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를 혼자 채우려다 보니, 자위는 늘고 만족도는 낮아지는 구조다.
그러니까 여성에게 자위가 좋으냐 나쁘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와 함께 사는지, 그 관계에서 어떤 감정과 몸의 언어를 주고받는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
관계 중인 사람들👫 – 자위를 자주 하면, 섹스는 덜 즐겁고 끝내기도 어렵다?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자위를 자주 하는 사람은 그 순간을 덜 즐긴다.
이번 연구는 관계 중인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통된 결과를 보여준다. 자위 빈도가 높을수록 성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고, 오르가슴 기능도 떨어졌다.
특히 사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연 사정이나, 섹스 도중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험이 더 잦았다.
관계 안에서의 섹스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자주 혼자 해결한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그 거리감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연구가 더 이상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위를 탓할 수는 없지만, 때론 그 빈도가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니까.
👀 자위가 섹스에 미치는 영향, 한눈에 보기
| 성별 | 파트너 유무 | 자위 빈도 증가 시 변화 |
|---|---|---|
| 여성 | 없음 | 오르가슴 기능 향상 성적 만족도 증가 |
| 남성 | 없음 | 발기 기능 향상 전반적 만족도 및 사정 기능과는 연관 없음 |
| 여성 | 있음 | 오르가슴 기능 저하 성적 만족도 감소 |
| 남성 | 있음 | 오르가슴 기능 저하, 성교 및 전반적 만족도 감소 지연 사정 증가 발기 기능 변화 없음 |
자위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이 연구는 자위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자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 사람의 관계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같은 행동도 파트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혼자다. 발기 기능은 좋아졌다는 논문 결과를 떠올리며, 나름의 위안을 찾는다. 좋아진 기능을 쓸 데가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 Huang, Niu, & Santtila, (2022) - Masturbation Frequency and Sexual Function in Individuals with and without Sexual Partn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