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이 줄었다고 느낄 때, 진짜 문제는 ‘뇌의 연결’이라면?
2024년, fMRI는 말해줬다. 성욕 저하는 남녀에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싱글이 된 지 이제 거의 3개월. 그동안 많은 자위와 원나잇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선다. 이별 발기 특수기가 벌써 끝난 건가… (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손끝 하나에도 반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가 내 허벅지에 무심코 손을 얹었을 때, 나는 이미 그날 밤의 엔딩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아무리 야한 생각을 해봐도,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는다. 침대 위에선 잠이 더 잘 오고, 내 상상력은 도파민보다 멜라토닌을 택하는 듯하다.
남녀의 성욕은 어떻게 끊기는가
2024년,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성욕저하장애(HSDD)를 겪는 남성과 여성의 뇌를 비교한 것이다. 총 64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모두 6개월 이상 성욕 문제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영상을 보여줬다. 하나는 성적인 영상 ❤️🔥, 다른 하나는 운동 영상 🏋️. 각 영상을 보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를 fMRI로 스캔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성적인 자극을 받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반응하는가’를 보는 것이었다.
성욕을 옮기는 여성과 남성의 뇌는 꽤 달랐다.
🤷♀️ 여성의 뇌: 감정과 동기로 시작된다
여성은 자극을 받으면 감정 회로부터 반응했다. 시상하부, 편도체, 시상 같은 영역이 활발하게 켜졌다. 특히 시상하부는 실제로 참가자들이 느낀 성적 욕구 점수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다시 말해, 뇌가 끌린다고 반응하면 몸도 끌렸다.
하지만 감정 회로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하측 전두엽, 죄책감이나 자기검열을 관장하는 부위다. 이 영역이 과활성화되면, 아무리 자극을 받아도 성욕은 눌렸다.
결론: 여자는 감정 회로가 켜져야 성욕이 올라오고, 검열 회로가 강하면 내려앉는다.
🤷♂️ 남성의 뇌: 시각에서 시작된다
남성은 먼저 ‘본다’. 실험에서 남성은 시각 피질에서 강하게 반응했다. 성적인 자극에 민감하게 집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감정과 욕망을 조율하는 시상하부, 편도체 같은 회로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자극은 받았지만, 감정 회로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결론: 자극은 봤다. 하지만 욕망으로 번역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감각-감정 회로의 단절로 설명했다. 남성의 뇌는 자극을 인지하지만, 그것을 감정이나 욕망으로 바꾸는 연결선이 끊어져 있었다.
출처|연구자료
내 성욕은 어디로 갔을까?
물론 나는 스스로를 성욕저하장애 환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HSDD는 단순히 성욕이 줄었다는 게 아니다. 성욕이 줄어든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실 때문에 삶이 무너질 만큼 괴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진단되는 상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생각난다. 그녀의 손길에 반응이 없던 지난날. 내 안에 감정이 식어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회로’의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모니터는 켜져 있는데, 본체는 절전 모드인 것처럼.
그녀가 떠난 뒤, 나는 한동안 욕망을 태우듯 섹스를 했다. 감정 없이도 반응이 왔다. 빨랐고, 뜨거웠다.
그런데 지금은…또, 안 선다.
성욕은 흐름이다. 어떤 시각에서 출발해, 감정을 거쳐, 뇌의 회로가 “지금이야”라고 켜줄 때 비로소 올라오는 신호다.
나는 지금, 잠시 끊긴 흐름을 연결 중이다.(라고 믿고싶다)
그래서 오늘 나는 이만, 잠을 자기로 한다..
- Ertl, N., Mills, E. G., Wall, M. B., Thurston, L., Yang, L., Suladze, S., ... & Dhillo, W. S. (2024).